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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섀퍼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보도 섀펴의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는 출판사 '을파소'에서 기획한 '꿈을 이루게 도와주는 자기경영 동화 중 하나다. 동화의 사전적 정의 자체가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기 때문에 성인이 보기에는 머쓱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긍정적인 표현이 자주 쓰이는 걸 보면 동화를 싫어할 사람은 없고 누구나 순수한 마음에 갈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삶이 지치고 목표가 불분명 해지고 뜬 눈 앞 조차 어둡게 느껴질 때, 동화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핀테크 업종에 종사하는 내가 어떻게 하면 쉬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동료가 골라줬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도 '부자'라는 목표도 그니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
알랭 드 보통 『슬픔이 주는 기쁨』 책 리뷰를 위해 제목을 적었지만 어째 오늘은 일기가 될 것 같다. 1.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는 것은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가끔 그 강한 믿음은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아마 그런 상황은 기쁨이 주는 슬픔이겠지. 요즘은 뭐랄까.. 부쩍 주눅이 든 날들이 연속된다. 내가 나를 의심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아졌다.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탓에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중압감, 책임감. 칭찬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29살은 원래 이런 기분일까. 2. 『슬픔이 주는 기쁨』을 읽으며 출근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눈이 반쯤 감기는 오후, 동료가 자리로 와 책상을 물끄러미 보더니 물었다. '『슬픔이 주는 기쁨』은 뭐야? 슬픔이 어떻게 기쁠 수 있어?' 나는 대답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츠 『태풍이 지나가고』,『걸어도 걸어도』 사람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지만 혼자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이게 설계된 건 아닐까. 관계라는 것이 오래, 자주, 가까이 있을수록 두터워져야하는데 일정 기준치가 넘으면 의무감, 책임감에 어긋나기 시작한다. 설명하고 싶지도 그럴 가치도 없는 일들이 늘어나 말하지 않아 거짓말이 되는 것들.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자주 잊혀지는 것. 가족, 가까이 있을수록 어렵고 멀리 있을수록 애틋한 존재.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걸어도 걸어도여름의 끝을 알아차린 매미가 필사적으로 울어댄다. p.22 누나가 하는 행동은 친절한 건지 매정한 건지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p.81 형이 의대에 들어갔을 때도, 벌써 의사라도 된 것처럼 호들갑이었고, 인턴으로 일하던 병원의 이름이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거나 하면 ..
하완『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안 생기는 열정을 억지로 만드는 건 스트레스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하던 일을 하면 된다. 언젠가 열정은 저절로 생긴다. 지금 하는 일일 수도 있고, 다른 일일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 열정을 쏟으면 된다. p.33 내가 아무리 고민해서 무언가를 선택해도 그 선택이 무의미해지는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열심히 한 방향으로 노를 젓는데 커다란 파도가 몰려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은 기분이었다. p.68 노동의 가치를 깍아내리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노동이 진짜 가치 있고 신성하다면 값을 잘 쳐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진될 때까지 일해서 우리가 받는 액수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것이 신성한 노동의 가치란 말인가. p.183 올해 들어 '내 성격 정말 왜 이..
권오현 <초격차> 오늘 있었던 일이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분께서 내 분야의 외주 페이를 알고 '당신은 프리를 뛰는 게 낫겠다며 회사 월급만큼은 금방 벌 텐데, 왜 회사에 다니는 것'이냐 물었다.사실 그분이 들은 페이는 내가 받는 페이의 1/3수준으로 실로 외주를 하는 날이면 월급의 3~4배는 쉽게 벌 수 있다. 그런데도 내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바로 '조직체계'를 배우기 위함이다.혼자서 일해도 먹고 살 수는 있다. 하지만 혼자 일해서는 발전하기 어렵다.물론 혼자도 놀라운 성과와 배움을 얻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작은 사람이고 부족한 점이 많은지라 회사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도전적인 역량, 네트워킹, 조직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 회사에 다니기로 결심했을 때, 좋은 멘토를 만나 내 실력이 월등하게 ..
신성헌 <미디어의 미디어9> 오랜만의 책 리뷰.나는 퍼블리, 북저널리즘 같은 콘텐츠 회사를 좋아한다. 트렌드와 줄다리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단발성 주제가 아닌 트렌드에 꼭 필요한 주제를 깊이 있는 기사로 발표하고 기사를 책처럼 파는 형태가 기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이다. 북저널리즘은 온라인 콘텐츠를 오프라인에 서적으로도 제공하는데 몇 권 읽어봤을 때 가벼운 듯 오랜 여운이 남는 주제를 다뤄 항상 만족스러웠다.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신성현의 .읽은 지는 좀 되었지만, 기억을 더듬어 늦은 리뷰를 작성한다.나는 기자도 에디터도 아니지만 어쩌다 매주 2회 게시글을 발행하는 일을 한다.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쓰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아직도 어렵고 힘들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생활형 재테크 기사를 작성하는 그리 어렵지..
앙드레지드 <좁은문> 배덕자의 긴 여운덕에 앙드레 지드 또다른 저서를 읽게 되었다. 좁은문을 읽으며 나에게 좀 뻔한 질문을 하게 되었다. 사랑은 무엇인가. 특히 종교에서의 사랑은 무엇인가. 아가서의 시적인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는, 하나님의 사랑을 남녀간의 사랑으로 은유적으로 풀어낸 부분이다. 남녀간의 사랑은 무엇인가. 상호존중, 배려, 상대를 위한 나의 희생. 그것이 사랑이라면 현시대의 남녀간의 사랑은 진실된 것이 얼마나 있을까. 좁은문에서의 사랑은 어딘가 삐뚤고 지나치게 금욕적이다. 온전함을 추구해 어딘가 비어버린듯한 공허한 사랑의 감정이 겉도는 차가운 책이다. 읽고 나면 쓸쓸해지는 것이 가을 겨울에 잘 맞는다. .... 나를 얽매어 놓았던 이러한 엄격한 규율도 나에게 반감을 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우쭐하게 하는 것이었..
앙드레지드 <배덕자> 개정되기 전엔 배덕자, 최근엔 반도덕주의자로 재출간된 앙드레 지드의 저서. ——— 엄격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의 문체로 20세기 프랑스를 장악한 앙드레지드, 그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자 게이였다. 그는 반평생을 자신이 게이임을 숨기고 살아왔으며 여자와 결혼도 했다. 이 배경을 알고 읽는것과 아니었을때 읽는 배덕자는 천지 차이다. 나는 [배덕자]라는 제목은 그가 게이임을 모르고 읽었고, 개정된 [반도덕주의자]는 알고 읽었다. 배경지식에 따라 너무도 다른게 느껴지는 이면적인 책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정확히 체크해보진 않았다) 책에서 유독 ‘사실’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앙드레 지드는 삶에서 너무 많은 사실을 숨기고 있고 그에게 사실이라는 단어는 마음속에 독백으로 맴도는 개념이었을 듯 하다. 큰 고백을 하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