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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츠 『태풍이 지나가고』,『걸어도 걸어도』

사람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지만 혼자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이게 설계된 건 아닐까. 관계라는 것이 오래, 자주, 가까이 있을수록 두터워져야하는데 일정 기준치가 넘으면 의무감, 책임감에 어긋나기 시작한다.

설명하고 싶지도 그럴 가치도 없는 일들이 늘어나 말하지 않아 거짓말이 되는 것들.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자주 잊혀지는 것.

가족, 가까이 있을수록 어렵고 멀리 있을수록 애틋한 존재.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걸어도 걸어도

여름의 끝을 알아차린 매미가 필사적으로 울어댄다. p.22

누나가 하는 행동은 친절한 건지 매정한 건지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p.81

형이 의대에 들어갔을 때도, 벌써 의사라도 된 것처럼 호들갑이었고, 인턴으로 일하던 병원의 이름이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거나 하면 형이 관계된 것은 아닌가 하고, 그때마다 좋아했다가 걱정했다가 그랬다. 어머니는 무릇 그런 걸로 살아가는 분 이리라. p.94

인생에는 어떻게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를 깨닫게 된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p.124

인생은 언제나, 한발씩 늦는다. p.178

한번 울기 시작하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p.179

잃은 것은 잃은 채로 그대로다. p.179

태풍이 지나가고

가족의 기억이라는 건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거든요? p.97

교코는 마음속으로 도시코를 원망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도대체 어떻게 키웠길래 이럴 수 있지?,라고. 그러나 막상 도시코가 앞에 있으면 그런 생각은 마치 안개가 걷히듯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었다. 너글너글한 마음씨에 거리낌이 없고, 가끔씩 놀랄 정도로 악담을 퍼붓기도 하지만 그건 통쾌한 정도였다. 그런 한편 세심한 배려심을 지닌 데다 상냥하고, 재미있고 금세 쓸쓸해하고. 교코는 도시코를 좋아했다. p.149

행복이라는 건 말이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잡히지 않는 거야.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