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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지드 <배덕자>

개정되기 전엔 배덕자, 최근엔 반도덕주의자로 재출간된 앙드레 지드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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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의 문체로 20세기 프랑스를 장악한 앙드레지드, 그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자 게이였다.

그는 반평생을 자신이 게이임을 숨기고 살아왔으며 여자와 결혼도 했다. 이 배경을 알고 읽는것과 아니었을때 읽는 배덕자는 천지 차이다. 나는 [배덕자]라는 제목은 그가 게이임을 모르고 읽었고, 개정된 [반도덕주의자]는 알고 읽었다. 배경지식에 따라 너무도 다른게 느껴지는 이면적인 책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정확히 체크해보진 않았다) 책에서 유독 ‘사실’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앙드레 지드는 삶에서 너무 많은 사실을 숨기고 있고 그에게 사실이라는 단어는 마음속에 독백으로 맴도는 개념이었을 듯 하다.

큰 고백을 하듯 시작하는 1부는 앙드레 지드 자신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풀어나갈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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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다. 진실은 보물찾기가 아니다. 진실은 언제나 형성되는 것이며 지드는 그러한 진실을 만드는 데에 일생을 갈아 넣었다. P. 12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내 인생의 어떤 지점에 놓여 있기 떄문이야. 그렇다고 해서 그게 권태는 아니야. P. 29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내게 있어서 매우 놀라운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며, 내게 있어 생명이 뜻밖의 빛을 띠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P. 44

사실 인간이란 건강하거나 약해지거나 거기에 익숙해지는 법이다. 인간은 자기 힘에 따라 자신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그 힘은 키워야 한다. 더욱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P. 72

순간적으로 나는 그녀를 위해 나의 생명을, 그뿐 아니라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이 생각되었다.. p. 82

처음 나는, 자유를 구속당할 거라 생각하고 망설였다. P. 87

지출을 할 때마다 그만큼 수입을 늘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마음속으로 느낄 수 있었던, 또는 느낄까 봐 두려워했던 모든 변덕스러운 기분을 동시에 억제하는 체하면서, 나는 어떤 지출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았다. P.108

여기에는 무엇 하나 내 것이라곤 없어. 내 잠자리조차, 아니 특히 내 잠자리가 없네. 난 휴식이 제일 싫어. 소유는 사람을 휴식으로 꾀어내고,사람은 안전 속에 들어가면 잠들고 만단 말이야. P. 119

사람들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그래서 전혀 자기를 발견할 수 없는거야. 이러한 정신적인 아고라포비(광장 공포증)가 나는 싫어. 비겁한 것 중에서도 가장 나쁜 거지. 그러나 사람이 어떤 것을 발명하는 건 언제나 혼자서야. P.124

사람이 자기 속에서 느끼는 남과 다른것, 이것이야말로 사람에게서 희귀한 거고, 이것이야말로 각자의 가치를 만들고 있는 거라는 말이야. 그런데 사람은 그것을 제거하려고 애쓰거든. 사람은 흉내를 내고 있어. 그러고서도 삶을 사랑한다고 우겨 대네. P.125

아! 우리 행복이 희망에, 더구나 어떤 불확실한 미래에 이미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P.128

이미 내 사랑의 모든 것, 내 삶의 모든 것은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P. 128

남의 행복을 부러워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야. 행복을 써먹을 줄도 모를 테니까 말이야. P. 130

사람들은 소유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소유당하고 있는 거야. P.130

느닷없는 미래였다! 땅이 갑자기 발밑에서 꺼졌다. 내 앞에는 이미 텅 빈 구멍밖에 없었다. 나는 송두리째 그곳으로 빠져 들어갔다. P. 134

“이 꽃향기가 싫어.” (...) 이 잠깐 동안의 봄마저도 그녀는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되다니... p. 172

정말로 재를 핥는 것 같은 맛! 오, 권태여! 초인적인 노력의 슬픔이여! P.184

내가 두려워한 것은,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직도 퍽 젊다는 거야. 이따금 나의 진정한 삶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져. 제발, 지금 나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 줘. 그리고 나에게 생존 이유를 부여해 줘. 나는 그것을 발견할 수가 없거든. P.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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