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기타다 히로미쓰 <앞으로의 책방>

나는 다독자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한다. 우울할 때면 서점에 가 책 냄새를 맡는다. 늘 비슷한 베스트 셀러를 지나 IT 신간 서적을 한번 훑고, 쓸만한 정보가 있나 뒤적인다. 별 소득 없어 소설 코너 앞에 자리 잡고 유명하지만 아직 읽지 않은, 앞으로도 계획 없는 몇 권의 책 인사말을 읽는다. 그리고 잡지 코너로 이동해 알록달록한 색감을 즐기고 나온다. 신간 서점의 책은 SNS처럼 신규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업로드 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별적으로 보여주기에 내가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은 이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중고 매장은 다르다. 산발적으로 책을 보여준다. 내가 원하는 책이 없을때도 많고 각종 유아 서적부터 언제적 포토샵 버전 강좌인지도 모르는 정겨운 책들이 가득하다. 책 냄새와 더불어 사람 사는내가 나는 것 같다. '이 책은 누가 왜 사서 어쩌다 이 책장에 꽂혔을까?'하는 쓸 데 없는 생각도 한다. 오늘 새로 들어온 정리 되지 않은 중고 책들을 보며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해본다. 작가 이름도 구경하고 보기 좋은 표지도 골라본다. 하지만 왠지 중고서점에서 책을 펼쳐볼 일은 없는 것 같다. 나에게 서점은 이런 곳이다.

읽을 책이 있으면 구매를 목적으로 서점을 간다. 도서검색대를 이용해 빠르게 책을 들어 계산을 하고 도망치듯 나와 조용한 곳으로 이동한다. '이제 책을 읽어볼까?' 나에게 책은 이런 것이다.

서점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책이 줄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서점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공상은 현실의 반대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상의 연장선 위에 현실이 있습니다.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공상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p.18

사실 저도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자주 생각에 빠지거나 몰두하는데, 생각하는 시간을 첫발을 내딛는 데 사용하면 뜻밖에도 길은 열립니다. 무리라고 생각해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각오는 중요합니다. 물론 따끔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경험으로 여기고 다음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p.38

헌책방을 돌기 시작하면서 신간 서점보다 헌책방이 더 좋아졌지. 그러던 중 직접 헌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언젠가 할 테다!' 같은 거지. 아직 의욕이 넘쳤지. 딱 30대 정도였지. 그로부터 20년이 지나니.... 피곤해졌어. (웃음) 책방을 하는 건 힘들어. 돈이 안 돼. 오래 일했으니 마침 쉬고 싶었지.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폐점을 겪어서 바로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어. p.57

책 냄새가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지 않을까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전혀 남아 있지 않았어. p.69

책방 이외의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책을 산다. 책에 둘러싸여 살며, 때로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책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이것 이상으로 행복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파는 쪽과 읽는 쪽의 딱 중간 정도의 장소입니다. p.93

'열 살이란 어른과 아이의 딱 중간. 바다와 강이 섞이며 만나는 기스이이키 성 같은 나이. 어른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어린이의 세계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p.109

꿈의 재미있는 점은 말도 안 되는 설정과 돌발적으로 엉뚱한 전개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 문장으로 기록되는 것이 굉장합니다. p.119

책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좀 더 연결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나날이었습니다. p.134

제가 일을 하면서 가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책에 흥미를 갖게 할까 하는 점입니다. 책 마니아를 많이 늘리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했습니다. p.131

아직 책방은 독자의 욕망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즐거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p.??

설렉트 서점에 대한 불만은 어디든 진열된 상품이 비슷하고, 거기에 있을 것 같은 리틀 프레스가 놓여 있는 것입니다. p.203

옛날에는 이런 크기의 책방이 많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새롭거나, 그리운 느낌입니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p.208

이 책을 무언가 다른 책과 바꿀 수 있는 '느슨함'을 남기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습니다. 문맥 책장의 설계도가 너무 치밀하면 나중에 자신이 운영할 수 없습니다. p.266

책과 책을 조합해서 책과 책 사이에 있는 '책이 아닌 것'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일까요. p.269

소망이라든가 콤플렉스를 관찰하며 부드러워 보이는 급소만 찾고 있습니다. p.270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드레지드 <좁은문>  (0) 2018.11.04
앙드레지드 <배덕자>  (0) 2018.09.14
김승옥 <차나 한 잔>  (0) 2018.05.30
이기준 <저, 죄송한데요>  (0) 2018.05.13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0) 201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