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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혼자라고 느낍니다.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아내가 나한테 전혀 관심이 없다고 느끼죠." P.255

원제 'The Course of Love' 제목에서 o를 뺀  'The Curse of Love' 여도 재밌겠다 싶은 책.


책의 슬로건 중 이런 문장이 있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떨리는 감정, 가빠지는 숨, 두근거리는 마음 모든 것이 항상 지속 될 순 없다. 사랑을 지속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과 다툼, 이해한듯한 순간들과 다시 엇나가는 감정. 사랑하면 교집합이 늘어야하는데 점점 커져가는 여집합. 숨기는 것이 늘어가고 눈에 보이는 거짓말들을 모른척 해줘야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 순간들을 버텨내는 '저주'스러운 감정들도 모두 사랑이고 과정인지라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연인의 사랑보다 가족의 사랑이 많이 나온다. 또 단지 이성간의 사랑이 아닌 아이에 대한 사랑도 자주 회자된다. 아이가 없는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지루하면서 새로웠다. 상상할 수 없는 부모 된 사람의 아이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은 오히려 연인에 대한 사랑과 다르게 열정이 빠진듯한 완벽한 관심과 집중을 느끼게 했다. 

읽은 지 몇달이 흐른 지금, 가물 한 내용에 감명 깊은 구절 몇개 적어보려 한다. 당신도 공감해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

다른 모든 사람에 대한 불신이 커짐에 따라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진다. P.38

혼자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산만한 파티를 끝내고 혼자 걸어오는 귀갓길, 다른 사람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흘러가는 일요일, (...) 누구의 가슴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쓸쓸한 깨달음은 이제 족했다. 그는 커스틴을 깊이 사랑하지만, 그 못지 않게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싫기도하다. P.60

우리가 불만 목록을 노출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불의와 결함에 대해 누적된 모든 분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한명 뿐이다. (...)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주변에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동정 어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즉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놓는 것이다. P.123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따듯하고 진실하게 말한다. "다 잘될 거야." 물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걸 두 사람 모두 알고있다. P.126

아이는 비정상으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행히 아직 아이의 상상 속에 그런 범주가 없다. P.160

삐걱대고 할퀴는 이런 충돌은 노골적인 분노보다 더 사람을 지치게 한다. P.193

사랑하고 의지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입술을 만지거나 손이라도 스쳤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누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P.231

결혼: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P.237

'정직함'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정보까지 털어놓는 사람은 절대 사랑의 편이 아니다. 또한 파트너가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이 들어도 날카롭고 무자비한 심문자처럼 굴지 않는 편이 좋다. 그저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편이 더 친절하고 더 현명하고 사랑의 참된 정신에 더 가까울 수 있다. P.241

그래, 실패란 이런 것이다. 주요 특징이라면 침묵이다. 전화기는 울리지 않고, 불러내는 사람도 없고, 새로운 일도 전혀 없다. P.266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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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나에게 어떤 감정을 안겨다 줄까?